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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 퇴직연금을 들여다봤을 때는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에 넣어두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회사에서 쌓아주는 돈이니 나중에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9월부터 DC형과 IRP 계좌로 개인투자용 국채를 직접 매수할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퇴직연금을 그냥 묵혀두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정부가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활용해 만기 보유 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연금계좌의 세제상 장점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구조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DC형·IRP 계좌, 뭐가 다른지 직접 따져봤습니다
퇴직연금을 처음 공부할 때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DB형, DC형, IRP의 차이였습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운용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은 퇴직 시 받을 금액이 사전에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적립금을 굴리다가 퇴직 시점에 30일분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회사의 운용 성과에 따라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직접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만 이 구조에서는 근로자가 투자 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없습니다.
반면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은 회사가 매년 납입할 금액이 정해지는 방식입니다.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입하면, 그 이후의 운용은 온전히 본인 몫입니다. 제가 처음 DC형으로 전환했을 때 예금에만 넣어두다가 ETF 투자를 시작했는데, 수익이 나면 퇴직금이 늘고 손실이 나면 줄어든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하고 나서야 이 구조의 무게감을 실감했습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은 퇴직급여를 옮겨 받거나 개인 자금을 추가로 납입할 수 있는 계좌입니다. 2022년 4월부터는 원칙적으로 퇴직급여를 근로자가 지정한 IRP 계좌로 이전해 지급하도록 제도가 변경됐습니다. 다만 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IRP 이전 의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개인투자용 국채를 직접 매수할 수 있게 되는 계좌는 DC형과 IRP 두 가지입니다. 같은 연금 계좌라도 연금저축계좌는 이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일반적으로 연금 계좌라면 다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차이를 모르고 한동안 혜택을 놓쳤던 경험이 있어서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 DB형(확정급여형): 회사가 운용, 퇴직 시 수령액 확정 — 개인투자용 국채 매수 불가
- DC형(확정기여형): 근로자가 직접 운용, 수익·손실에 따라 퇴직금 변동 — 국채 매수 가능
- IRP(개인형 퇴직연금): 퇴직급여 수령 및 추가 납입 가능, 55세 이후 연금 수령 — 국채 매수 가능
절세 전략, 숫자로 직접 검증해 봤습니다
퇴직연금과 절세를 함께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세액공제입니다. 그런데 세액공제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바로 과세이연, 즉 세금을 내야 할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구조적 이점입니다. 과세이연이란 당장 세금을 내는 대신 그 세금까지 계속 굴려서 나중에 인출할 때 세금을 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 하나를 이해하고 나면 퇴직연금의 가치가 달리 보입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를 예로 들어보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 금리와 만기보유 조건을 가정한 사례에서는 2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에 약 571만 원을 투자했을 때 만기 수령액이 약 1,500만 원으로 계산되기도 합니다. 다만 실제 만기 수령액은 매입 당시 적용금리와 가산금리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금액을 일반 계좌에서 운용했을 때 이자소득세 15.4%를 적용하면 세금이 약 143만 원입니다. 반면 연금계좌에서 세액공제를 받은 개인 납입금과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연령에 따라 3.3~5.5%의 연금소득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간 연금소득 규모와 수령 재원의 성격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퇴직급여 재원과 개인 추가납입금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금액을 놓고도 세금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입니다(출처: 네이버페이 머니 스토리).
개인이 IRP 등에 추가로 납입한 금액은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 내에서 소득 수준에 따른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납입한 DC형 퇴직연금 부담금이나 퇴직급여 자체가 개인의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구분해서 계산해야 합니다. 숫자만 보면 무조건 좋아 보이는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고 싶었습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10년물과 20년 물로 구성되는데, 만기까지 보유해야 가산금리와 복리 이자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저축성 상품입니다. 중도환매를 하면 이 혜택이 사라집니다. 중도환매가 가능하더라도 만기 보유를 전제로 한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10년 또는 20년의 장기 투자기간을 감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원리금 보장'이라는 말만 보고 안전한 선택이라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장기 유동성 리스크를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퇴직연금 수령 시점도 절세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연금소득세율은 70세 미만 5.5%, 70세~80세 미만 4.4%, 80세 이상 3.3%로 나이가 들수록 낮아집니다(출처: 국세청).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산출된 퇴직소득세를 감면 없이 부담하게 되는 반면, 연금으로 장기간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에는 기타 소득세 16.5%가 붙습니다. 제가 계산해 봤을 때 연금 수령 요건을 충족한 뒤 일시금보다 장기간 나눠 받는 방식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실제 절세 효과는 퇴직급여 규모와 개인 납입금, 수령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은퇴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시점에서 국채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면 장기적인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DC형 계좌에서 S&P500 ETF와 국채를 조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익률과 안정성을 어떤 비율로 가져갈 것인지가 상품 선택 자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DC형과 IRP 중 어디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사는 게 더 유리한가요?
A. 두 계좌 모두 9월부터 매수가 가능합니다. 개인이 추가 납입하는 연금계좌의 세액공제는 연금저축과 IRP 등을 합산해 한도를 적용받습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어느 계좌에서 매수할지 결정할 때는 세액공제 뿐 아니라 현재 보유한 DC, IRP의 자산 구성과 투자 가능 금액, 향후 연금 수령 계획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개인투자용 국채를 중간에 팔면 어떻게 되나요?
A.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 보유 시에만 가산금리와 복리 이자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저축성 상품입니다. 중도환매 시에는 만기 보유에 따른 가산금리와 복리 적용 등 일부 혜택을 받을 수 없을 수 있으므로, 매수 시점의 상품 조건과 중도환매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퇴직연금 계좌 안에 넣더라도 이 조건은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단기 자금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장기물을 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퇴직연금을 55세에 한꺼번에 받으면 세금이 얼마나 되나요?
A.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산출된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부담하게 됩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개인 납입금과 그에 따른 운용수익을 연금 외 방식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기타소득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퇴직급여 재원에는 퇴직소득세 체계가 적용되므로 두 재원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반면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연금소득세 3.3~5.5%만 적용됩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을 때 수령 방식만 바꿔도 세후 실수령액 차이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Q. 연금저축계좌에서도 개인투자용 국채를 살 수 있나요?
A. 이번 9월 변경 사항의 대상은 DC형과 IRP에 한정됩니다. 연금저축계좌는 이번 매수 허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연금 계좌라면 종류 구분 없이 다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계좌 유형마다 투자 가능 상품과 세제 혜택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
퇴직연금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수익률 높은 상품을 찾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할수록 퇴직연금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과세이연 구조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9월부터 DC형과 IRP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직접 담을 수 있게 된 것은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다만 '원리금 보장'이라는 말에만 이끌려 국채 비중을 무작정 높이는 것은 저라면 하지 않을 선택입니다. 은퇴 시점까지 남은 기간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먼저 따져보고, 주식형 ETF와 국채를 어떤 비율로 배분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퇴직연금 계좌를 아직 열어보지 않고 있었다면, 지금이 구조를 다시 점검할 좋은 시점입니다.